정차호, 20260909
전체 제품의 일부 부품에만 특허발명이 적용된 경우, 특허권자는 전체 제품의 생산·판매 금지뿐 아니라 이미 생산된 전체 제품의 폐기까지 청구할 수 있을까? 첨부한 글은 이 문제를 다룬 특허법원 2023나11436 판결과 이를 유지한 대법원 2026다202753 판결을 소개하고 평가한다.
이 사건의 특허발명은 노칭장비 내부의 이차 전지용 극판 스태킹 장치에 관한 것이다. 법원은 침해 장치(부품)를 포함한 노칭장비 전체(전체 제품)의 생산·판매 등을 금지하면서도, 폐기는 스태킹 장치(부품) 부분으로 한정하였다. 침해 장치를 포함한 완제품의 거래를 차단할 필요성과, 특허와 무관한 구성까지 폐기할 필요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침해금지의 필요성과 폐기의 필요성을 구분한 귀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본 판결을 공부하기 전에는 그러한 구분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였는데, 대상 판결 덕분에 구분이 필요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구분에 찬성하면서도, 판결의 의미를 과도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법원은 장치의 분리가 쉽다고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분리불가능성과 전체 폐기의 필요성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후속 사건에서는 분리·교체·개조의 가능성과 비용, 잔존 제품의 활용가치, 침해 재현의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첨부 글에는 장비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림과 가격 관련 자료를 함께 제시하고, 복잡제품과 단순제품의 차이도 설명하였다. 핵심은 제품의 복잡성이나 부품의 가격만으로 결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침해를 실효적으로 해소하는 데 필요한 범위로 폐기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다. 부품특허 사건에서 청구 범위와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